겨울철 실외 수도계량기함

수도계량기 동파, 보온재만 제대로 채워도 대부분 막는다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아침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이 안 나온다면 십중팔구 계량기함 쪽 배관이 얼어붙은 것이다. 수도계량기 동파는 보일러 배관보다 훨씬 흔하게 일어나는데, 계량기함이 실외에 노출돼 있고 관리가 소홀하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계량기함 보온재를 어떻게 채우고, 어느 기온부터 조심해야 하며, 얼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겨울철 실외 수도계량기함

사진: chris robert (Unsplash)

계량기함, 왜 유독 잘 어는가

수도계량기함은 대부분 건물 외벽이나 화단 옆, 보도블록 아래처럼 난방의 온기가 전혀 닿지 않는 자리에 설치된다. 배관 자체는 땅속 동결심도보다 깊이 묻혀 있어도, 계량기함 안에서 지상으로 살짝 올라오는 구간과 계량기 몸체는 찬 공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게다가 계량기함은 검침 때문에 주기적으로 문을 여닫아야 해서, 문틈으로 냉기가 계속 드나든다. 보일러 배관은 실내와 이어져 있어 난방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지만, 계량기함은 그런 완충 구간이 없다.

보온재, 뭘로 어떻게 채워야 하나

기본은 계량기 보호함 안을 헌 옷이나 인조솜, 시판 보온재로 빈틈없이 채우는 것이다. 보온재가 계량기 몸체를 완전히 감싸 찬 공기와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다. 시중에 파는 계량기 전용 보온 커버를 씌우고 그 위에 헌 옷이나 에어캡을 덧대는 식으로 이중으로 처리하면 더 안전하다.

보온재를 채운 뒤에는 보호함 뚜껑 틈을 테이프나 헝겊으로 막아 찬 공기가 새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검침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뚜껑을 자주 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열 때마다 안에 데워져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고 찬 공기가 들어차기 때문이다.

한 가지 놓치기 쉬운 부분은 보온재가 젖어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비나 눈이 스며들어 젖은 보온재는 오히려 냉기를 머금어 마른 상태보다 배관을 더 빨리 얼게 만든다. 겨울철 한파가 오기 전에 보호함을 열어 보온재 상태를 한 번 확인하고, 젖어 있으면 마른 것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

노출된 배관 구간이 있다면 배관 자체도 보온재로 감싸야 한다. 단독주택이라면 계량기 보호통 자체가 오래되고 낡아 보온력이 떨어졌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보온재를 더 채우는 것보다 보호통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기온별로 어느 정도까지 조심해야 하나

지자체 상수도 부서는 대략 세 단계로 동파 위험을 구분한다. 서울시 동파예보 기사(2016년)에도 심각 단계는 일 최저기온이 영하 15℃ 미만일 때 발령한다고 나온다. 다만 단계별 기온과 지속일수 기준은 지자체와 해마다 다를 수 있으니 관할 수도사업소 공지를 확인한다. 일 최저기온이 영하 5도에서 영하 10도 사이면 주의 단계, 영하 10도에서 영하 15도 사이가 이틀 이상 이어지면 경계 단계, 영하 15도 미만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심각 단계로 본다. 주의 단계부터는 보온 조치를 다시 점검하고, 경계 단계 이상으로 예보되면 밤사이 수도꼭지를 살짝 틀어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이 계속 움직이면 그 자체로 잘 얼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면 위치부터 파악해두자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기 집 계량기함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 신축 빌라나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집이라면 첫 한파가 오기 전에 계량기함 위치와 뚜껑 여는 방법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 막상 물이 안 나올 때 계량기함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그만큼 대처가 늦어진다.

계량기함이 여러 세대가 함께 쓰는 공용 위치에 있다면(다세대주택 1층 벽면 등) 옆집과 함께 보온 상태를 챙기는 게 효율적이다. 한 집만 보온재를 채워도 옆 계량기함 틈으로 찬 공기가 들어오면 소용이 없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물 흘려보내기, 얼마나 가늘게 틀어야 하나

경계 단계 이상의 한파가 예보되면 자기 전에 수도꼭지 하나를 아주 약하게 틀어 물줄기가 실처럼 끊이지 않고 흐르게 해두는 방법을 쓴다. 세게 틀 필요는 없고,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가는 실 굵기로 계속 흐르기만 하면 된다. 흐르는 물은 정체된 물보다 어는점에 도달하는 데 훨씬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정도만으로도 배관 안쪽이 어는 걸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잠그면 되고, 이 방법은 계량기함 자체의 보온과 별개로 배관 안쪽 흐름을 지켜주는 보조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동파됐을 때 대처법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이 안 나온다고 바로 뜨거운 물을 붓는 건 피해야 한다. 얼어 있던 배관이나 계량기에 갑자기 높은 온도가 가해지면 금속이나 플라스틱 이음새가 팽창하면서 터질 수 있다. 미지근한 물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온도를 올려가며 녹이는 게 안전하다. 헤어드라이어의 따뜻한 바람으로 계량기 주변을 천천히 데우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 안내도 언 계량기는 50℃ 이하의 열로 천천히 녹이고, 120다산콜재단이나 관할 수도사업소에 신고하라고 한다.

계량기 안쪽부터 집 안까지의 배관은 대체로 집주인이 직접 수리 책임을 지고, 계량기 바깥쪽부터 상수도 본관까지는 지자체 수도사업소가 관리한다. 그래서 계량기 자체나 그 바깥쪽에서 동파가 의심되면 무리해서 직접 손대기보다 관할 수도사업소나 시청·구청 상수도과에 먼저 신고하는 게 맞다. 검침원 연락처나 관할 사업소 번호는 수도요금 고지서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확인해 두면 급할 때 헤매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아파트도 계량기 동파를 신경 써야 하나요?

아파트는 세대별 계량기가 복도나 계단실 벽 안쪽 함에 있어 단독주택보다는 덜 취약하지만, 저층·필로티 구조나 외기에 직접 닿는 위치라면 마찬가지로 언다. 관리사무소에서 공동 보온 조치를 하지만, 세대 내 계량기함 문이 헐거워 틈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테이프로 막아두는 게 안전하다.

물을 계속 틀어놓으면 수도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나요?

완전히 세게 틀 필요는 없고, 물줄기가 끊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늘게만 흘려보내면 된다. 동파로 배관이 터져 수리비가 드는 것보다는 이 정도 수도요금이 훨씬 적게 든다. 일부 지자체는 한파 기간 동파 방지 목적의 소량 사용분에 대해 요금 감면이나 조정을 해주기도 하니, 걱정되면 관할 수도사업소에 문의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보일러 배관 동파 방지와 계량기 동파 방지는 같은 방법인가요?

기본 원리(보온재로 감싸고 찬 공기 차단)는 같지만 대상이 다르다. 보일러 외출모드와 난방비 절약에서 다룬 것처럼 보일러는 실내 난방과 연결돼 있어 외출모드로도 어느 정도 동파를 막을 수 있지만, 계량기함은 난방의 영향이 전혀 없는 실외 구조물이라 별도로 보온재를 채워줘야 한다.

마무리

계량기 동파는 한 번 터지면 수리 기간 동안 물을 못 쓰는 불편함은 물론이고, 수리비도 상당하다. 첫 한파특보가 뜨기 전에 계량기함을 한 번 열어 보온재 상태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창문 틈새바람까지 신경 쓰고 있다면 문풍지로 창문 틈새바람 잡는 법도 함께 챙기면 겨울 준비가 한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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